제주 해녀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숨병은 겉보기에 드러나지 않아 ‘애순엄마병’, ‘폭삭속았수다’라 불리며 오랜 세월 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숨병이 무엇인지, 어떤 원인으로 생기며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그리고 해녀들이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숨병이란 무엇인가?
숨병은 제주 해녀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불려오던 이름으로, 의학적 용어로는 잠수병(Decompression Sickness) 혹은 감압병에 해당합니다. 일반 잠수사나 스쿠버다이버에게도 발생할 수 있으나, 제주 해녀들은 산소통 없이 맨몸으로 잠수를 반복하는 작업 환경 때문에 숨병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 병은 주로 물질(잠수 작업)을 마치고 수면 위로 급히 올라올 때, 몸속의 질소가 빠르게 기화하면서 생기는 문제로 인해 발생합니다. 해녀들 사이에서는 ‘속이 뒤틀리고, 정신이 혼미하며, 몸이 쑤시는 병’으로 표현되곤 하며, 가시적인 외상이 없기 때문에 주변에서 '정신적인 문제'로 오해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숨병의 원인: 해녀 작업 환경의 위험성
숨병의 근본적인 원인은 잠수와 부상(浮上) 과정에서의 압력 변화입니다. 구체적인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반복적인 무산소 잠수
해녀는 하루 평균 수십 차례 이상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합니다. 이 과정에서 폐 안에 있던 질소가 체내로 흡수되고, 급히 부상하면서 질소가 기포로 변해 혈관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 작업 강도와 수온
물이 차가울수록 혈관 수축으로 인해 질소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위험이 커집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숨병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 연령 증가 및 휴식 부족
고령 해녀일수록 회복력이 낮고, 충분한 휴식 없이 작업을 이어가는 경우 체내 대사 불균형으로 병에 걸리기 쉽습니다.
숨병의 대표적인 증상
숨병은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며, 그 양상이 사람마다 다릅니다.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근육통 및 관절통
팔, 다리, 허리 부위가 뻐근하고 무거우며 극심한 통증을 호소합니다. - 호흡 곤란 및 흉통
숨이 차고, 가슴이 조이는 느낌이 지속됩니다. 일상적인 호흡에도 어려움이 따릅니다. - 현기증 및 의식 저하
뇌혈류의 이상으로 인해 어지럼증, 혼란, 심한 경우 실신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피부 반점 및 저림 증상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기거나, 손발이 저리고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이 동반됩니다.
숨병 치료 방법과 예방 관리
숨병이 발생했을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치료입니다. 다음은 치료와 예방 방법입니다.
- 고압산소치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고압산소챔버(Hyperbaric Chamber)**에서의 치료입니다. 이는 체내 질소 기포를 줄이고, 조직으로 산소를 빠르게 공급해 증상을 완화시킵니다. -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
물질 후에는 반드시 휴식 시간을 확보하고, 물을 충분히 섭취해 체내 대사를 촉진해야 합니다. - 체온 유지
저체온 상태는 혈액순환을 저해하므로, 보온 장비 착용이 매우 중요합니다. - 사전 건강 점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심혈관 및 호흡기계 문제를 사전에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녀에게 좋은 음식과 운동
숨병 예방과 체력 유지를 위해 영양 섭취와 꾸준한 운동은 필수입니다.
추천 음식
-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 요오드와 무기질이 풍부해 면역력 강화에 도움
- 고등어, 꽁치, 오메가3 풍부 생선: 심혈관계 건강에 유익
- 콩류 및 두부: 단백질과 칼슘 보충에 효과적
- 검은깨, 호두: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
추천 운동
- 수영 및 아쿠아로빅: 근육강화와 관절 보호에 적합
- 요가, 스트레칭: 폐활량 증가와 긴장 완화 효과
- 걷기 운동: 관절에 무리가 적고 지속적 체력 관리에 효과
해녀들의 물질 시간과 병균 잠수 환경
제주 해녀들은 하루 평균 3~5시간 이상을 물속에서 작업하며, 수십 차례 잠수를 반복합니다. 이 작업은 단순히 물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기압, 온도, 수심 등 여러 위험 요소와 맞서 싸우는 고된 노동입니다.
숨병은 단지 병균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으로 매우 열악한 조건에서 생존을 위해 수행되는 반복적 무산소 작업의 부산물입니다. 특히, 고령 해녀일수록 회복력 저하와 생리적 변화로 숨병 위험이 더 커집니다. 해녀의 삶과 숨병은 단순한 건강 이슈가 아닌, 전통 문화 보존과 지역사회 보건의 연결고리로 인식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해녀들의 건강 문제는 단순한 질병 이상의 사회적 문제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 공유, 예방 교육, 치료 인프라 확충입니다. 숨병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이해하고 함께 고민할 때, 비로소 해녀들의 건강과 전통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 것입니다.